암호화폐를 이용한 지급의 효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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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를 이용한 지급의 효력


특정 채무에 대한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의 암호화폐로 지급하면 변제의 효력이 발생해 법적으로 그 채무가 소멸하는가? 물건을 구매하면서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의 암호화폐로 지급하면 그 지급은 어떤 효력이 있는가?

암호화폐의 사용이 늘어나면서 필연적으로 해결해야 할 법적 문제라 생각된다.

이 문제는 각각의 암호화폐의 법적 지위에 따라 그 결론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케이스별로 나누어 살펴봐야 한다.

통상 지불형 토큰으로 분류되는 암호화폐는 범용성, 환금성, 환급성에 따라 전자화폐의 성격이 강하다고 평가할 수도 있고, 선불전자지급수단의 성격이 강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우리 전자금융거래법에서도 전자화폐나 선불전자지급수단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시중에 유통되는 암호화폐가 전자화폐의 성격이 강하다고 평가할 수도 있고, 선불전자지급수단의 성격이 강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는 말이 시중에 유통되는 암호화폐가 전자금융거래법상의 전자화폐나 선불전자지급수단에 해당하거나 그 법적 정의에 딱 부합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환금성과 범용성, 환급성 정도에 따라서 암호화폐는 크게 전자화폐의 성격이 강한 암호화폐 또는 선불전자지급수단의 성격이 강한 암호화폐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즉 환금성(현금ㆍ예금과 1:1 교환 가능)과 범용성(구매할 수 있는 재화ㆍ용역에 제한이 없음), 환급성(100% 현금ㆍ예금으로 환급이 보장)이 있으면 전자화폐 성격이 강한 암호화폐에 해당하고, 환금성과 범용성, 환급성이 약하거나 없으면 선불전자지급수단 성격이 강한 암호화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만일 물건을 구매하면서 전자화폐 성격이 강한 암호화폐로 지급하면, 암호화폐 지급으로 변제의 효력이 발생한다. 따라서 암호화폐 지급과 동시에 채무가 소멸한다.

반면 물건을 구매하면서 선불전자지급수단 성격이 강한 암호화폐로 지급하면, 이는 대물변제(채무자가 부담하고 있던 본래의 채무이행에 대체하여 다른 급여를 함으로써 채권을 소멸시키는 채권자와 변제자 사이의 계약)로서의 효력으로 인정한다.

따라서 암호화폐 지급으로 곧바로 변제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고, 채권자가 대물변제에 대하여 승낙하는 경우에 한하여 변제의 효력이 발생한다. 대물변제는 현실적인 지급을 전제로 하는 요물계약으로서, 현실적으로 암호화폐의 지급이 있어야 채무 소멸의 효력이 발생한다.

정리하면, 선불전자지급수단 성격의 암호화폐의 경우 채권자의 승낙 및 현실적인 지급을 전제로 채무 소멸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다.

앞서 살펴본 이론을 현실에 적용하면, 예컨대 가장 많이 유통되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이 전자화폐 성격이 강하다면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의 지급으로 변제의 효력이 발생할 수 있고, 선불전자지급수단 성격이 강하다면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의 지급으로 대물변제의 효력만이 발생한다.

결국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이 전자화폐로서의 성격이 강한지, 아니면 선불전자지급수단로서의 성격이 강한지 여부만 결정해 주면 그 지급의 법적 효력이 어느 정도 규명할 수 있다.

생각건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의 범용성은 매우 크지만, 현금ㆍ예금과 1:1의 가치로 발행되는 것도 아니며(환금성 결여), 발행자에 의하여 100% 환급이 보장된 것이 아닌바(환금성 결여), 전자화폐로서 보기보다는 선불전자지급수단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특정 채무에 대하여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을 지급하는 것으로써 변제의 효력이 있는 것은 아니고 대물변제의 효력이 있다고 판단된다.

결국 채권자의 승낙 또는 당사자의 합의가 없는 한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의 지급으로 변제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 아닌바 곧바로 채무가 소멸하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변호사 작성, IT조선(2018. 8. 29.)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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