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데이터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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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데이터법’이다


2015년 6월쯤 마인 알리바바 회장은 'IT(information technology) 시대는 가고 DT(data technology) 시대가 온다'고 하면서 데이터 확보 필요성과 데이터를 이용한 가치 창출을 강조한 바 있다.

데이터의 중요성과 그 활용 필요성은 제4차 산업혁명의 도래를 준비하는 우리에게는 당위이기에 마윈의 발언은 매우 당연한 말이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에 비추어 보면 결코 당연한 말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점이다.

우리나라도 이전 정부부터 빅데이터 활용 촉진을 위한 노력과 공공데이터의 이용 활성화 등의 노력을 국가적으로 경주한 바 있다. 하지만 그 성과가 크지 않았고, 한편으로는 매년 일어나는 개인정보 대량유출 사고와 점점 강화되는 개인정보보호 법령 때문에 실현이 어렵다는 자조 섞인 한탄만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데이터 활용이 저조하고 데이터 산업이 낙후된 진짜 원인은, 아직까지 사회적으로 데이터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약하고 국가적으로 데이터 활용에 대한 체계적인 전략이 부재했다는 점에서 찾아야 한다고 본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우리나라와 유사한 수준의 개인정보보호 법령을 갖추고 있지만, 그럼에도 나름대로의 데이터 이용 활성화 전략 수립과 입법을 통해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개인정보 개념을 수정해야 한다'거나 '비식별화 조치를 도입해야 한다'는 등의 문제로만 접근을 하고 있는바, 이처럼 개인정보보호 수준을 낮추어서 데이터 활용을 시도하려고 하는 것은 다소 낙후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보호'의 반대 개념으로서의 활용이라는 '맞불'식의 대응방안을 내놓는 것은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이런 방식의 대응에만 의존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래서 본 글에서는 맞불식의 대응방안이 아닌 제3의 길이 있음을 제안하고 싶다. 제3의 길을 이해하기 위한 몇 가지 개념과 요소를 설명하면 아래와 같다.

첫째, '데이터 인프라' 개념이다. 데이터를 비즈니스와 공공 서비스의 소재 정도로만 이해하는 것이 아니고, 사회의 모든 소통과 기반의 필수 요소로 이해하면서 동시에 사회적·경제적 가치를 실현하는 핵심 수단으로서 이해하는 것이다. 국가는 철도, 도로, 교량 등을 건설하는 것처럼, 데이터 인프라를 구축해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그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둘째, '공익 데이터(public interest data)' 개념이다. 프랑스의 디지털공화국법(Digital Republic Act 2016)에서 나온 개념인데, 공공의 이익을 달성하기 위해서 민간 데이터의 공개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다. 일종의 데이터 공공재 개념이 반영된 것인데, 정당한 보상이 이루어진다면 우리 헌법상 경제 질서에도 어긋나지 않는다고 본다.

셋째, '데이터 자산화' 개념이다. 현행 법질서상 데이터베이스 제작자로 인정받지 않는 한 데이터 자체에 대한 법적 권리가 부여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데이터의 경제적 가치를 고려하건대 부동산·동산에 준하는 지위를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데이터에 대한 법적 지위를 인정하고 데이터거래소를 도입해 데이터를 합법적인 거래질서에 포섭시키고 더불어 유통과 재산으로서의 가치를 보장하는 것이다.

데이터 활용에 대해 개인정보보호법령에 개정에만 매달리지 말고, 선진국에서 논의되고 있는 위 개념들을 연구해 이를 반영한 새로운 형태의 '데이터법' 제정을 시도하면서 데이터 활용의 물꼬를 터 가자는 것이다.

더불어 데이터 확보를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개인정보에만 매달리지 말고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 스펙트럼 분석을 통해 활용 가능성이 있는 데이터 발굴에도 그 노력을 다해야 하는데, 몇 가지 예를 들면 아래와 같다.

첫째, 최근 우리 대법원(2016. 8. 17. 선고 2014다235080 판결)은 공개된 개인정보의 경우에는 영리 목적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 비록 개인정보보호 법령에 명문의 규정은 없음에도 해석상 이러한 결론을 도출한 것인바, 대법원 판시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에서 그 취지를 '데이터법'에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둘째, 공공데이터와 민간데이터의 조합이나 통합적 활용에 대한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 원활한 데이터 활용을 위해서는 공공데이터와 민간데이터의 통합적 활용이 절실함에도 공공테이터와 민간데이터의 통합적 활용을 촉진시키는 정책적 노력은 부족한 게 현실이다. 앞서 언급한 '공익 데이터'도 이러한 노력의 한 형태로 평가할 수 있다.

셋째, '공중이 이용가능한 데이터(publicly available data)'에 대한 개념 도입이 필요하다. 예컨대 각종 등기·등록부에 공개된 정보 등은 비록 개인정보이지만 개인정보보호라는 심리적 압박 때문에 그 활용이 원활하지 않다. 일부 선진국에서 인정하고 있는 '공중이 이용가능한 데이터' 개념을 '데이터법'에 도입함으로써 유용가능한 데이터 확보를 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넷째, 비식별화 조치에만 매달리지 말고 데이터 활용을 위한 전제로서 안전성 조치의 기준을 '데이터법'에 도입함으로써, 데이터 안전성 확보를 전제로 한 데이터 활용 촉진을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일본은 개인정보보호법에 비식별화 조치에 관한 내용을 포함시킴으로써 데이터 활용의 기반을 마련했고, 2016년 12월쯤 민관 데이터 활용 추진 기본법을 제정함으로써 국가·지자체·기업이 보유한 데이터의 적절하고 효율적인 활용을 위한 환경을 조성했다.

우리나라의 데이터 활용은 입법적으로나 정책적으로 아직 걸음마 단계다. 개인정보보호 법령에 비식별화 조치도 아직까지 도입되지 않은 실정이고 데이터 활용에 대한 관심도 크지 않은 실정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올라와 있는 각 대선주자의 공약을 살펴보더라도 데이터 활용에 대해 언급이 없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대표변호사 작성, IT조선(2017. 6. 8.)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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