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시대의 도래와 법조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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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시대의 도래와 법조의 역할


알파고의 열풍이 대단하다. 만나는 사람마다 알파고 이야기를 하고 한일 국가대표 축구 시합처럼 열중한 사람들도 많다. 뭔가에 열중하는 것은 좋지만 인공지능을 과장해서 설명하거나 포비아적 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아마 고급 정보의 공유가 부족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알파고는 딥러닝(Deep Learning) 학습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인공지능이다.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이라고 하면 마치 사람 머리를 그대로 옮겨 놓은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은 인간의 지적 능력의 일부만을 모방한 것에 불과하다.

공학에서 사용하는 인공지능이란 단어는 사람의 학습능력을 알고리즘화한 것에 불과한데, 일반인이 일반 용어로 이해하다 보니 의인화 시키는 경향이 발생한 것이다.

사실 바둑은 상대적으로 인공지능에 유리한 분야라고 한다. 19X19의 바둑판의 고정된 지점에 놓이는 흑 백 돌은 인공지능이 인식하는 데 매우 유리한 입력 정보이고, 바둑이 경우의 수가 많기는 하지만 인공지능은 그러한 정형화된 경우의 수를 연산하는 데 매우 유리한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바둑이 사람에게는 계산능력 외에 고도의 직관 등이 필요한 영역이지만 알파고에게는 연산능력만 필요하면 되는 상대적으로 쉬운 영역인 점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사람의 지능은 인공지능과 다르다. 사람의 지능은 인공지능보다 훨씬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사람은 지적 능력도 있지만 의지ㆍ감정도 보유하고 있어, 인공지능을 곧바로 사람 머리에 비유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며, 이러한 단순한 접근으로 많은 오해가 생긴 것 같다.

관련하여 강한 인공지능이라는 것이 있는데, 강한 인공지능이란 스스로 인공지능임을 인식하고 목표를 설정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말한다. 즉 자아를 가진 인공지능이다. 강한 인공지능이 나올 때를 특이점(singularity)이라 하는데, 통상 2040년에서 2050년 사이가 될 것으로 예측한다.

하지만 알파고 부류는 약한 인공지능이며, 인간이 프로그래밍한대로 기능을 하는 것에 불과하고 인간의 약한 점을 보강해 주는 도구에 해당한다. 사람의 연산능력을 보완하기 위해 전자계산기가 나왔고 사람의 이동능력을 보완하기 위해 자동차가 나온 것처럼, 사람의 지적능력을 보완하기 위하여 나온 것이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인 것이다.

인공지능은 1960년대부터 연구가 시작됐지만 그 동안 계속적으로 뜰 것 같은 분야로만 각광받아 왔다. 필자가 대학교ㆍ대학원에 다닐 때에도 퍼지 이론, 뉴럴네트워크 등의 연구실이 있었지만 획기적인 성과는 내지 못했다.

그러다가 기계학습이나 딥러닝 등의 알고리즘이 개발되고 거기에 클라우드를 이용한 컴퓨팅 파워, 빅데이터의 축적이라는 3박자가 맞아 떨어지면서 인공지능이 ’부활’하였고, 알파고로 인해 일반의 관심도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한편 인공지능으로 인해 가장 걱정하는 부문이 바로 일자리이다.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빼앗을 것으로 걱정하는데 이는 정확한 인식이 아니라 본다.

자동차의 대중화로 인해 마부가 사라졌지만 운전수, 차량정비사 등으로 대체되고 새로운 일자리도 생겨났다. 새로운 산업의 출현으로 일자리는 늘어났고 결국 마차 시대보다 더 많은 부와 편의를 가져왔다. 더 중요한 것은 인간의 평균 노동시간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즉 새로운 신산업으로 인한 단순노동의 대체, 노동시간의 감소, 노동시장의 확대ㆍ재편이 핵심이다. 인공지능이 앞으로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 또한 장기적으로는 그러할 것이다. 다만 그 과정을 현명하게 대비하고 큰 갈등 없이 거쳐 가는 것이 중요하며, 그 준비는 개인뿐만이 아니라 국가적으로 해야 한다.

또 하나 인공지능에 대한 불신은, 사람에 대하여는 윤리적 판단을 기대할 수 있지만 인공지능은 그렇지 않다는 잠재의식이다. 아마 터미네이터, 어벤저스 등과 같은 영화나 소설에 나오는 사악한 인공지능을 경험한 탓일 것이다.

그러나 역시 막연한 두려움이다. 스스로 자아를 갖지 못하는 현재의 인공지능은 인간이 창조하는 것이고 인간이 조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때문에 현재의 인공지능에게 ’윤리성’을 묻는 것은 칼에게 ’윤리성’을 묻는 것과도 같다). 다만 인공지능은 워낙 막강한 도구이기에 그 인공지능을 조종하는 사람의 도덕성에 따라 문제가 될 수는 있다. 인공지능의 도덕성에 대한 불신의 본질은 인간의 도덕성에 대한 불신인 것이다.

인공지능의 비윤리성에 대한 해결책은 이미 오래 전부터 연구되고 있다. 일부 공학자는 ’인공적 도덕행위자(AMA: artificial moral agent)’의 예와 같이 윤리적 프로그래밍을 통하여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공학자들이 이와 같이 프로그래밍을 통해 인공지능의 윤리성을 확보하고자 한다면, 법조계에서는 법제도를 통한 인공지능의 윤리성 확보에 서둘러야 할 것이다.

이런 입법적인 노력 외에 인공지능이 사법의 측면에서 법조계에 미칠 영향을 예상해 보자면, 기계에 의한 단순사무의 대체,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통한 고급정보의 양산에 머무르지 않고 특히 판단 보조업무의 대체 등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다. 판단 보조업무의 대체란, 일부 업무분야에서 판사ㆍ검사의 역할이 모든 자료를 직접 살펴보고 판단하는 것에서 인공지능의 자료 분석 및 판단을 사후 검증하는 것으로 변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고급정보의 양산은 그 접근가능성에 따라 법조계의 양극화를 가져올 우려가 있기에, 정보의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 그리고 판단 보조업무의 대체에 대비하여 법적인 판단구조 내지 메커니즘을 어떻게 인공지능에 적절하게 구현할 것인가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산업혁명을 받아들인 나라들은 선진국이 되었지만, 거부한 나라들은 부를 빼앗기고 주권을 위협받은 역사가 있다. 인공지능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나 거부감에 치우칠 경우, 주체적이고 충분한 대비를 하지 못해 국제질서에서 낙오될 수 있다.

그러나 무조건적인 긍정도 적절치 않다. 기술만으로 유토피아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결국 인문학적 장치, 법제도적 수단 등이 완비되어야만 인간의 존엄이 지켜지는 유토피아가 실현된다.

인공지능의 시대, 변화된 환경의 이해와 법조 역할에 대한 고민으로써 변화의 주체가 되어야 할 것이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변호사 작성, 법률신문(2016. 3. 17.), 리걸인사이트(2016. 3. 18.)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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