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블리시티권의 명문화 - 인격표지영리권 신설을 위한 민법 개정안 입법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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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블리시티권의 명문화 - 인격표지영리권 신설을 위한 민법 개정안 입법예고


지난 2022. 12. 26. 법무부는 「SNS, 비디오 플랫폼 등으로 인해 누구나 유명해질 수 있게 되었고, 유명해진 인격표지를 영리적으로 활용하는 사회적 변화를 반영한다」는 취지로 ‘인격표지영리권’을 신설하는 민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였다.

그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① 사람이 자신의 성명·초상·음성 등 인격표지를 영리적으로 이용할 권리를 명문화하고,

②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인격표지의 영리적 이용을 허락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③ 인격표지영리권자 사망 후에도 인격표지영리권은 상속되어 30년간 존속하고,

④ 인격표지영리권 침해에 대한 침해제거·예방 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다.

불과 얼마 전 유명인의 초상권·성명권을 보호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부정경쟁방지법 신설 조항이(제2조 제1호 타목) 시행되었는데, 그것과의 차이라고 한다면, 새로운 민법 개정안은 유명인에 한정되지 않고 누구에게나 자신의 성명·초상·음성 등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격표지영리권’이라는 명칭은 그동안 ‘퍼블리시티권’이라고 칭하던 용어를 우리말로 대체한 것인데, 풀어서 써보면 사람의 ‘인격표지’를 ‘영리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권리’로, 이전의 퍼블리시티권에 비하여 상당히 직관적이긴 한 것 같다.

앞으로는 주로 인격표지영리권으로 칭하게 될 퍼블리시티권은 판례의 표현에 따르면 「사람이 자신의 성명이나 초상 등(인격표지)을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통제할 수 있는 배타적 권리」로서 인격표지에 관한 재산적 권리인데, 우리나라 법체계상 위와 같은 재산적 권리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명문화된 법적 근거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그동안은 주로 인격권 침해에 따른 위자료(정신적 손해) 배상을 통하여 우회적으로 인격표지 침해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였고, 재산권으로서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여 ‘재산적 손해’를 인정한 판례는 거의 없었다.

따라서 결국 인격표지영리권의 명문화가 필요했던 이유는 성명, 초상 등 인격표지를 ‘재산권으로서’ 보호받기 위함이다. 그렇다면 이번 민법 개정안이 입법될 경우 과연 그동안 보호받기 어려웠던 인격표지에 대한 재산적 권리를 좀 더 쉽게 보호받을 수 있게 될까?

유명인이 아닌 일반인의 경우에도 타인의 사진을 무단으로 홍보용으로 사용한 경우와 같은 인격표지영리권에 관한 분쟁 사례를 찾아볼 수 있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연예인 등 유명인들에 관련된 사례가 많아 이 중 하나를 살펴보려고 한다.

유명 배우 A씨는 한 성형외과가 자신의 동의없이 ‘명품 ○○○ 코 만들기’ 등 자신의 성명이 포함된 문구와 함께 자신으로 혼동할 수 있는 모델의 사진을 사용하여 광고를 하자, 퍼블리시티권 침해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결과적으로 1심에서는 퍼블리시티권이라는 권리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하면서, 다만 A씨가 주장한 재산상 손해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고 정신적 손해에 대해서는 위자료 300만원의 손해를 인정하였으나, 이어진 항소심에서는 이마저도 인정받지 못했다.

만약 앞으로 인격표지영리권이 입법될 경우 퍼블리시티권을 긍정한 위 사건의 1심의 판단을 참고로 할 수 있을텐데, 주목할 점은 1심이 퍼블리시티권을 긍정하면서도 A씨가 주장한 재산상 손해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A씨 측은 성명·초상 등 퍼블리시티권의 침해로 인한 재산상 손해로 원고가 6개월의 광고계약을 할 경우 지급받을 수 있는 광고료 5,000만원을 주장하였고, 원고가 이전에 그와 비슷한 금액의 광고료로 계약한 내역들을 증거로 제출하였다. 그러나 1심 법원은 「퍼블리시티권 침해행위로 인한 재산상 손해는 퍼블리시티권자가 자기의 권리의 사용을 승낙할 경우에 지급받을 수 있는 대가 상당액」이라고 하면서도, 피고(성형외과)가 원고의 성명을 사용한 것만으로 영업활동의 촉진에 효과가 있을 정도로 원고의 성명에 인지도나 명성이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원고가 주장한 재산상 손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즉, 민사소송에 있어서 재산상 손해의 발생에 대한 입증책임은 이를 청구하는 원고에게 있는 것이고, A씨는 이를 구체적으로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에 퍼블리시티권이라는 재산권을 긍정한 재판부에게도 그 재산상 손해를 인정받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이를 단지 A씨 측의 손해 입증에 대한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만은 없다. 애초에 개인의 성명이나 초상에 어느 정도의 재산적 가치가 있는지 객관적인 수치로 계산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민법 개정안을 통해서 인격영리표지권이 명문화되는 경우에도, 이를 통해 실질적으로 재산권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결국 시간을 들여 인격표지의 사용에 관한 많은 사례가 누적되든지, 아니면 추가적인 입법 등을 통한 개개인의 인격표지의 가치 판단에 대한 기준 마련이 필요할 것이다.

예를 들어 비슷하게 침해로 인한 손해의 객관적인 입증이 어려운 저작권, 특허권 등 지식재산권의 경우, 침해자의 이익액이나 통상적으로 청구할 수 있는 사용료 상당액을 권리자의 손해로 추정하여 청구할 수 있는 조항을 명문으로 두어 손해 입증의 어려움을 완화하고 있다.

긴 시간 논의되어 온 인격영리표지권이 그 취지와 같이 실제로 이를 통해 누구든지 보편적인 권리로서 자신의 이름값, 얼굴값을 주장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논의되고 보완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법무법인 민후 안태규 변호사 작성, 디지털데일리(2023. 8. 22.)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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